얇고 짤막한 철학책입니다.
과거에 사라진 규율사회는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노동을 시켰다.
현대는 그 자리에 성과사회가 들어서면서, 스스로를 '성과주체'라고 인식하며 스스로의 CEO가 되려 하였다. 스스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상한 사회.
과거의 규율사회
→ 부정성의 사회
→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명령과 규율이 있다.
→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 쾌락 자체가 금지
현대의 성과사회
→ 긍정성 성격, I can do it →치명적 과잉활동 사회, 자기착취사회(번아웃), 정신적 탈진증상.
스스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 부정의 힘(하지 않을 수 있는 힘.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없어졌다. 소진(번아웃)은 자발적 자기 착취의 병리학적 결과이다.
→ 긍정성의 과잉으로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든다. 자기 자신과의 전쟁 상태로, 내면화된 전쟁에서 부상입은 군인과 같다.
→ 성과사회는 명령하는 지배기구가 없어졌지만 자기 착취로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에 더 효율적으로 지배 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 정보시스템, 커뮤니케이션시스템, 생산시스템 모두 비만상태이다. 과도하게 활동적 + 신경과민 상태 + 허무주의.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성격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
→ 멀티태스킹은 퇴화이다. 동물에게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습성이다. (생존에 필수)
과잉 주의(산만한 주의력, 분주함)는 참을성이 없어 심심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귀 기울여 듣는 재능이 소실되었다. 돌이켜 생각하기가 아닌 계속 생각해나가기만 허용하는 사유는 일련의 무한한 대상들 속으로 흩어질 것이다.
→ 세계가 전반적으로 긍정화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도 사회도 '자폐적 성과기계"로 변신한다. (=계산기) 헤겔에 따르면 부정성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생동하는 상태로 지탱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 타자와의 갈등은 내면화되고, 자기 자신과의 갈등관계로 진화하여 결국 자아의 빈곤과 자기 공격성으로 이어진다.
→ 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해 간다. (신경향상제 먹고 수술 들어가는 외과의사) (제 책상 위 커피가 다시 보이네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좋은 삶보다 생존에 관심이 있다. 단순한 생명기능으로 환원된 삶은 "건강"밖에 관심이 없어 건강에 대해 열광하며, 지켜야 할 게 몸뿐이다.
한나 아렌트
→ 한나 아렌트의 [활동적인 삶]에서는 스승 하이데거처럼 영웅적 행동주의를 열렬히 옹호한다. 하지만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색적 삶을 찬미한다. (앞뒤가 안 맞는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는 활동성의 변증법을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성이 활동과잉으로 치달으면 이는 도리어 아무 자극 없이 모든 자극과 충동에 순종하는 "과잉수동성"으로 전도되고 만다는 것이 바로 활동성의 변증법이다.
"인간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니체
→ "활동적 인간의 주된 결함 - 보통 고차적 활동을 하는 법이 없다. 이런 점에서 게으르다. 돌이 구르듯 기계적인 어리석음에 걸맞게 굴러간다. "
→ 니체는 저 인간형을 가리켜 주권적 초인이 아니라 그저 "노동만 하는" 최후의 인간이라고 했을 것이다.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 아무 대책도 없이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는 새로운 인간형은 그 어떤 주권도 지니지 못한다.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자발적으로.
피로사회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다. 분열적인 피로다. 탈진의 피로, 긍정적 힘의( I can do it)피로다.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간다.
피로는 폭력이다. 모든 공동의 삶, 친밀함을,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이다. 한트케는 이런 피로에(말 못하는, 보지 못하는, 분열시키는 피로) 대한 대립자로서 말 잘하는! 보는! 화해시키는! 피로를 내세운다.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무위의 피로, 그만두는 것. = "치유적 피로"로 이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트케는 이를 두고 "눈 밝은 피로"라고 말한다. 이러한 피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짧고 빠른 과잉 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저 길고 느린 형식의 주의 말이다.
한트케 "나는 너한테 지치는 게 아니라, 너를 향해 지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내 기억으로는 늘 밖에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었고 말을 하기도 하고 침묵을 지키기도 하면서 공동의 피로를 즐겼다. 피로의 구름이, 에테르 같은 피로가 당시 우리를 하나로 엮어 주고 있었다."
마무리
다람쥐가 쳇바퀘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쯧..불쌍한 다람쥐…’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그 다람쥐가 바로 우리의 모습과 다를게 없다는…
저도 20-30대를 열정과 긍정의 힘으로 회사를 다녔어요. 건강은 갈수록 나빠지고, 피로감을 달고 살았지요. 이제 그러지 말아요 우리. 사람답게 살아보자고요. ^^
"치유적 피로"로 마무리된 이 책은 심심함. 사색하는 삶을 처방전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짧은 shorts 몇시간 본다고 남는 게 있나요. 휘발되어 버리는 지식일 뿐이니 이제 그만 중단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세요.
여러 철학적 용어들이 즐비한 이 짧은 에세이 책은 단어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한 분야를 이해하는 것은 그 분야의 단어, 어휘력을 업그레이드시키면 된다고 합니다. 말은 참 쉽죠?^^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념어들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한자를 많이 알면, 여러 방면의 책들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고 해요. 첨 들어보는 한자 조합의 단어도 그냥 눈에 들어오게 되지요. 수학, 과학, 의학, 예술, 철학, 등등도 그 분야의 어휘력을 향상하면 됩니다.
제 아이는 맨날 심심하다고 저를 찾는데,
저는 "심심할 때가 가장 두뇌가 활동할 때야! 그걸 즐겨!"라고 아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우스갯소리를 하지요.
저의 유아기는, 시골에서 심심함을 극도로 느끼는 삶을 살았어요.
낮잠 자다 일어나면 집에 아무도 없고 (엄마는 밭일, 할머니는 고스톱 치러 점방에, 오빠들은 놀러, 아빠는 일하러) 혼자 툇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작은 변화를 보며 내 마음의 변화를 느끼는 게 제 일상이었죠. 난 왜 붉은 노을이 지는 것을 보며, 모든 소멸하는 것의 슬픔과 담담함을 느꼈는지.... 필멸의 인간삶이 아쉬웠나 봅니다.
시골에서는 문을 열면(방문=현관문) 온 세상이 보이니 자연적으로 멍 때리는 삶을 살게 되지만,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는 심심함을 그렇게 풀 수가 없더군요.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어서, 문을 열어도 자연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자꾸 사람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도 나와있지만, 지금 우리는 제대로 잘 보지 못한다고 하지요. 눈으로 하여금 깊고 사색적인 주의력, 오래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진다고요.
사색을 하며, 관찰을 하며, 그림을 그리며 평온함을 느껴보세요. 과거 화가들이 그렇게 관찰하여 그림을 그렸지요.
며칠 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강아지 그림을 책상 위에 걸어두었더니, 이 글을 쓰면서 자꾸 그 강아지 눈동자가 제 눈에 들어오네요. 귀여운 강아지가 저를 보고 웃고 있으니, 애완견을 키우는 기분마저 듭니다.
피로사회, 도파민으로 버텨내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 [도파민네이션]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중독의 뇌과학, 인간관계 해결, 도파민네이션. - https://naturalmedicine.tistory.com/m/217
→ 책을 대여하고자 할 땐 ↓
키다리 가로등 철학적 기록 (woo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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