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간 인생 탐구

추천] 개미 회고록 _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키다리 가로등 2023. 9. 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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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2023 베르나르 베르베르

p75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줘,
멍청이들이 싫어하거나 화를 내도 신경쓸 것 없어
 

쥐의 위계질서

 
p174 케이지에 쥐 여섯마리를 넣어두면 다음과 같은 역할 분배가 일어난다는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착취형 두 마리, 피착취형 두 마리, 단독 행동형 한 마리, 잉여형 한 마리.
수영장을 헤엄쳐 건너가 먹이를 몰고 돌아온 쥐가 케이지에 도착하는 순간 문 앞에서 기다리던 쥐들이 달려들어 그 쥐의 머리를 물 속에 처박고 먹이를 빼앗아 먹었다. (피착취형착취형) 이 상황을 분석한 한 마리 쥐는 먹이를 물고 돌아와서는 문 앞에서 기다리던 쥐들을 밀치고 혼자 케이지에 들어가 구석에서 조용히 먹이를 먹었다.(단독 행동형) 마지막으로 남들이 남기는 부스러기만 먹는 쥐가 발견되었다. 착취형쥐는 물론이고 피착취형 쥐도 수시로 그에게 발길질을 했다.(잉여형)
착취형 쥐 6마리를 한 케이지에 넣어 관찰하면 밤새 혈투를 벌이고 다음날 같은 방식으로 역할이 나뉜 것이 확인 되었다. 
피착취형 6마리, 단독 행동형 6마리, 잉여형 6마리를 한 케이지에 넣고 질행한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쥐들 사이에서는 구성원의 종류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역할 분배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쥐 3백마리를 케이지에 넣고 관찰했더니 밤새 소동이 벌어지고 잉여형 쥐 몇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행동파 부하들을 거느린 최고 우두머리들의 출현이다. 지배자 등장.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가해 행위가 빈번해지고 초착취형, 초피착취형, 초잉여형의 등장, 복잡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집단이 출현지배층을 떠받들고 최하층을 짓밟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관리집단은 잉여형 쥐들에게 본보기 삼아 가혹한 형벌을 내림으로서 반역을 원천 차단했다. 
서커스 공연이 사용되는 보통 쥐보다 지능이 높은 시궁쥐에게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발견했다. 
그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역할 분배가 관찰되긴 하지만, 시궁쥐가 폭력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다. 피착취형 쥐들은 착취형 쥐들에게 바칠 먹이를 따로 떼어 준비해 놓음으로써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들도 편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단독 행동형 쥐가 많아지고 잉여형 쥐는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쥐의 뇌를 분석한 실험에서 얻은 뜻밖의 결과는,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쥐는 “착취형 쥐”라는 것. 피착취형 쥐들이 반란을 일으켜 특권적 지위를 잃게 될까 노심초사 하는 탓이다.  
 
어쩜 우리사회와 이리 똑같은지 너무 놀라웠습니다. 우리 각자는 단독행동형 쥐를 원하지만, 알고보면 우리 대부분은 피착취형 인간에 가깝지요. 기업의 입출입 카드를 자랑스러워하며 일을하고,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는 피착취형 인간인 우리, 그게 목줄인것을 알아도 대부분 우리는 생계를 위해 스스로 목줄을..
 
 

끔찍한 싱가폴

 
p183 싱가포르는 가지런히 정돈된 도시였다. 리콴유는 여러가지를 엄격히 금지했다. (31년 독재정치) 길에서 침 뱉기 금지, 무단 횡단 금지, 시속 40킬로미터 이상으로 운전하기 금지, 화분에 물주기 금지, 개 짖는 소리 금지
운전자는 과속하는 순간 귀가 먹먹해지게 울리는 경적을 차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고, 물이 고여 모기가 생기면 말라리아 위험이 있어 화분에 물주기를 금지하고, 개 짖는 소리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경찰 충동하여 개에게 성대 제거 수술을 시킨다. 길가 주차 금지. 경범죄도 무거운 처벌, 마약 사범은 사형, 감시카메라 곳곳 설치, 모든 시민에게는 고발의 의무가 주어진다. 리콴유 총리는 국민 수준을 높이기 위해, 높은 학벌의 남여끼리 결혼시키려 애썼지만 불가능했다.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싱가폴...후덜덜...
 

기업과 구성원


 p198 기업이 성장할수록 빈둥거리고 무능력하지만 고임금을 받는 구성원으로 채우는 경향이 있다. 
 
이건 위에 쥐의 위계질서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착취형쥐는(기업주or 임원) 특권적 지위를 잃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며...무능력자를 고임금 구성원으로 채우겠지요.
 

더 끔찍한 인도

 
p229  30살 신혼여행을 인도로 갔다. (신혼여행을 인도로 가다니…와이프가 보살인듯...) 갠지스강 강가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목욕재계를 하는가 하면 빨래를 하거나 용변을 보기도 했다. 누런색 강물을 떠서 마시는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노를 젓던 남성은 플라스틱 컵에 강물을 담아 건네며 말했다. "좋은 거니 마셔요. 갠지스강 물을 마시는 순간 모든 질병에 면역이 생기죠"
 
택시기사 왈 "이 나라는 미치광이 10억명이 모여 있는 정신 병원이오. 파키스탄에는 여기보다 더한 놈들이, 회까닥한 광신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지. 망할 놈의 동물법 때문에 소들이 아무 데나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일으키잖소. 택시를 모는 처지에선 소가 똥을 싸대면서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도축장에다 끌어다 놨으면 좋겠소."
 
인도가 더러운 것은 알았지만...장난아니네요. 저자는 갠지스 강물을 보며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립니다. ㅎ
 

라마르크 진화론

(라마르크의 생물 변이설 vs 다윈의 자연선택설)
p245 베르베르의 첫 파트너의 오빠 제라르는, 생물학자로, 염분이 있는 물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실험을 했다. 물의 염도를 서서히 높여 가는 방식으로 묘목이 소금물에 적응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소금기를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는 묘목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묘목은 염분에 저항력을 갖추게 되었다. 염분이 있는 물로 재배한 토마가 짠맛을 내지는 않았고, 그 토마토의 씨앗은 이미 강한 염분 적응력을 지니고 있었다. 
제라르는 라마르크의 진화론을 따르는 사람과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사람으로 양분되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라마르크는 모든 종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며 진화한다고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었다. (생물 변이설) 모든 종은 자신이 속한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며, 그런 적응 과정에서 획득한 형질은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과학계에서 퇴출되었다. 라마르크는 경제적으로 극빈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제라르는 종의 진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라마르크라고 확신했다.

훗날 아버지의 권유로 라마르크의 저작을 접하게 된 찰스 다윈은 "조금도 흥미로운 구석이 없는" 책이라며 종의 기원에서 혹평했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약한 개체가 강한 개체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잘 태어나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다. 
 
라마르크 철학이 내포한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발견했다. 우리는 누구나 노력을 통해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으며, 후손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반면 다윈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유전자 조합이라는 우연에 달려 있다. 과학계에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후생유전]은 라마르크가 주장한 생물 변이설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이 DNA를 변화시킨다. 
 

기타 

 
p359 "이 곳 노숙자들은 배고플 때 밥은 먹을 수 있어요. 정말로 힘든 건 배고픔이 아니라 "전망의 부재"라는 뜻이예요. 아무 목적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고통스러운 거예요."
노숙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살지만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가진 집단이라는 사실을.
 
p372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해로운 존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한계를 뛰어넘는 영웅의 출현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연금술의 일부다
 
p373 생물다양성은 왜 필요할까? 이 세상에 1만 2천 종류의 개미가 다 필요할까? 자연은 이전의 경험들을 제거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계속 추가하기만 한다. 포식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조절을 위해서다.
 
p376 어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이런 관점이 마음에 든다. 난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비인간의 관점을 택했다. 신 또한 이런 관점의 일환이었다
 
p381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한테 아무 득이 되지 않으니 그저 내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게임을 계속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또 한 번 생각했다. 
 
p393 48세 건강검진에서 관상동맥 협착을 발견했다.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해야 관상동맥의 기능을 보완해줄 우회혈관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을 하다보니 나한테 편리함을 준다기보다 온갖 문제만 일으킨다고 여겼던 몸이 생각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409 말레이의 세노이 부족은 꿈이 생활의 중심축이다. 내 책 [잠]은 숙면을 취하고 자각몽을 꾸는 게 그 책을 쓴 가장 큰 목적이었다. 
 
p412 어쩌면 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지도 모른다. 
 
p416 노벨문학상 헤밍웨이는 별채에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 채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는 1961년 부친처럼 엽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p442 학업때문에 죽고싶은 학생에게 
" 네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보렴. 멋진 할머니로 늙어있는 네 모습을 그려봐. 그 할머니는 지금 너를 어떻게 회상할까?"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니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
뭔가를 남에게 주는 순간(가르침) 그것은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되는 법이다.

글을 쓸땐 평가의 공포에서 벗어나 오로지 창작의 기쁨만 떠올려라.
글쓰기는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마무리


원제는 [개미의 회고록]이고,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일들을 일기같은 형식으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눈에 들어오지요. 그냥 외계인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

일기형식의 이야기는 폴 오스터의 [겨울일기]_2011 도 있어요. 인생극장, 일일 드라마 같은 느낌입니다.
다른이의 삶에서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우리도 이 작가들처럼 스스로의 삶을 복기해보는건 어떨까요?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자꾸 날아가 버려서 이렇게 기록하고 반복해서 봐야하거든요.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합니다. 좋은 기억만 적는 게 아니라 모든 희노애락을 빠짐없이 적어보세요. 나중에 어려운 판단과 결정을 해야할 때 도움을 줄 것입니다. 

책 내용중 베르베르가 전생에 사무라이라는 말을 듣고 솔깃해진 내용이 나옵니다. (어릴적부터 강직석척수염으로 유약했지만, 대결하는 종목의 운동을 잘했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라는 책에서 “동서양을 가릴것 없이 어릴 때 병약했던 이들이 격투에 뛰어난 경우가 많다. 상대를 파악하려는 관찰력과 침착함 덕이다“ 라며 니체, 데카르트 등을 설명하였어요. 베르베르도 관찰력과 침착함을 가졌기에 격투종목을 잘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르베르의 사생활
베르베르는 첫 여자와 결혼 후 아들을 낳고 34살에 이혼, 두 번째 여자와(14살 나이차)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5년 뒤 결별, 세번째 여자와 결혼해서 또 아이를 낳고... 허걱..배다른 애가 셋이나…
결혼이였다기 보다는 동거였던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는 동거를 하지 결혼까지는 잘 안 간다고 하네요.

갑자기 베르베르의 자녀들이 궁금해집니다.
해체된 가정에서 아이의 정서는 안정적일 수가 없지요. 아무리 이혼이 만연한 유럽사회라 할지라도...
비록 이혼한 부모와 아이가 잘 지낸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지도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에서 독일인 왈,이혼 자체가 너무 쉽고, 친구들 부모가 다 이혼한 환경을 보아 와서, 나의 부모도 이혼할까봐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본인 때문에 부모가 이혼한 줄 알아서 우울증에 걸린 아이도 많다고.
프랑스의 이혼율은  55%로 소개되었는데, (전세계적 현상인듯) 프랑스는 결혼보다는 동거, 배우자 보다는 파트너 개념이라고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마찬가지고... 

[상상하지 말라]_2015 송길영_책에 소개된 내용에 아래와 같은 말이 있어요.
일본은 현재 전체 30대 남성의 40%가 혼자다. 어떤사람은 한국이 OECD국가 중 이혼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다른 유럽국가들은 결혼을 아예 안 하는데 우리눈 결혼했다가 이혼하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한다. 이유가 어떻든 혼자 사는 남자들이 많아졌으니 그들끼리 좌충돌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이다. ”
 
잠깐 또 삼천포로 빠지자면, 베르베르도 알랭 드 보통도 다 대머리죠. 외국인들은 두상이 동글동글 이뻐서 대머리도 자랑스럽게 다니는데...동양인들은 두상이 안 예뻐서 가리기 바쁘네요..ㅠㅠ
저도 제 두상이 이상하구나를 제 자식을 낳고 알았습니다. ㅎㅎ 그 전까지는 제가 앞 뒤 짱구라 이쁠 줄…
'어쩐지 머리띠를 하면 좀 뜨는 게 이유가 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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