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저녁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어요.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저도 아이들에대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독서학원을 다녀와서는 "이제 나 혼자 읽을래. 애기도 아니고... 요즘 누가 엄마가 읽어줘~" 합니다. 아마도 독서학원에서 엄마가 책 읽어준다는 말을 하고서는 어린아이 취급 좀 받았나 추측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가 읽어주면 재밌는데, 내가 읽으면 재미없어..."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도 된다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 고학년까지 독서의 분기점이라고 보여요. 읽어주기 효과가 '질적'으로 커지는 시기지요.
1. 듣기력이 → 읽기 독해력으로 점프
10살 전후 아이는 말로 듣는 건 잘 이해해도, 글로 된 문장을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지역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책,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는 책은 혼자 읽기에 좀 버거울 수 있지요. 초등 중학년 아이들이 읽는 [시간고양이] 같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과학적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고요. 낯선 단어의 책들은 어른도 버벅거리며 읽게 됩니다.
누군가가 읽어주면 혼자 읽으면 못 느끼는 감정, 복잡한 구조의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듣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더 쉽게 어휘력이 상향 평준화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단순 듣기가 독해력을 넘어 사고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고전문학이나 추리소설 등) 아이 혼자 읽으면 줄거리만 보이는 것도, 엄마가 읽어주며 대화를 하다보면 좀 더 깊은 개념을 접하게 되지요.
2. 다소 어려운 책도 쉽게 전달 가능
역사, 과학 등 새로운 단어가 많이 나오고, 깊이감 있는 책은 아이 혼자 읽기에 어렵습니다.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풍기는 감정과 뉘앙스도 중요하지요. 아이들이 그러한 것들을 눈으로만 읽어서는 잘 캐치하기 힘들어요. 엄마가 읽어주고 중간중간 아이가 질문도 하고, 엄마가 설명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해주면 아이는 쉽게 내용을 받아들입니다. 책을 스스로 잘 읽지 않는 아이들은 이렇게 들으면서 어휘력, 문장 구조, 리듬감 등 전체 언어 능력의 기반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고급 어휘와 문장구조를 흡수하게 되는 것이지요.
3. 정서적 유대감 강화
아이는 이불을 덮고 눈을 말똥말똥 뜨며 엄마의 책 읽기를 기다리는데요. 이는 하루 중 보내는 최고의 심리적 안전지대이자 육체적 보금자리입니다. 엄마의 목소리 + 애정 + 안정감과 신뢰를 심어주기 더없이 좋은 공간이죠. 아이에게는 학습시간이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 집중해 주는 특별한 시간이 됩니다. 이런 따뜻한 경험의 기억이 평생 독서습관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지요.
솔직히 제가 책을 읽어주다 보면, 책 읽는 시간의 반은 아이와 대화하고 있어요. 너무 조잘조잘 대서 책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엄마는 아이의 생각과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책을 통해 엄마의 인생과 감정도 함께 체험하게 되기에 책과 엄마는 공감과 신뢰의 통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오디오북과는 다른 자극이지요.
4. 엄마가 읽어줄 때 이렇게
- 감정 살려서 읽기 (사투리도 재미있게 ^^)
- 아이가 원하면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어도 됨
- 질문도 적절하게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너는 주인공이 이해가 되니?" (공감능력)
"엄마는 잘 모르겠어. 네 생각은 어때? (사고력)
여기서 중요한 엄마의 리액션, 다소 헛소리처럼 들려도 챗GPT처럼 친절하게 ㅋ "정말 흥미로운 생각인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멋져."
마무리
"이제 10살이면 혼자 읽을 나이야~"라는 생각은 좀 접어둬도 되지 않을까요? 엄마의 목소리로 세상을 보고, 감정을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10분만 해보자고 마음먹어 보세요. 저도 맨날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10분만 읽고 자자"라고 말하며 읽곤 하는데 아이가 "한 챕터만 더 읽고 자자~"라고 조르기에 20분, 30분까지 읽기도 합니다. 너무 재밌는 날은 한 권 다 읽음... 컥. (반대로 너무 졸린 날은 일부러 더 조곤조곤 읽어서 10분 만에 잠듦. 숙면효과~^^)
15분만 집중해서 들어도, 아이에게 집중력과 인내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람은(제 남편같은..ㅋ 여보 미안) "자립심을 키워줘야지. 아이를 왜 의존적으로 키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이는 다 달라요.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자매도 다 제각각이잖아요. 오히려 아이도 점차적으로 "혼자서도 읽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게 하고, 결국 혼자 읽기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책 읽기에 대한 좋은 감정이 선행된다면, 자립을 방해하는 일이 아니라 "더 깊고 넓은 생각의 세계로 이끄는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논술학원은 좀 기능적인 면이 강해 보여요. 아이가 독서논술학원에서 쓴 글을 보면 너무 틀에 박힌 형식의 글쓰기, 시간에 쫓긴 글쓰기처럼 보이거든요. 독서를 즐기기도 전에 학원을 다니면 학원의 유용한 사고력 훈련이 오히려 피로감과 흥미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 아이는 힐링차원에서 다니는 미술학원과, 친구들끼리 다녀보고 싶다며 졸라서 독서학원을 주 1회 다니고 있어요.
(솔직히 독서학원을 왜 다녀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1인입니다. 재미있는 책을 보다 보면 그 범위가 자연스레 넓혀지는 것인데, 첨부터 과학, 역사, 사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학원 같단 말이죠... 예를들어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운동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필라테스, 요가, 복싱등 온갖 운동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는 게 말이 되나요... 좋아하던 자전거까지 포기하고 싶어 지게 만들 듯...)
제 아이처럼 학원을 통해 또래 소속감, 안정감을 느낀다면 뭐 그 역시 무시할 순 없으니 아이의 정서적 욕구도 존중하면서 천천히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 보는 것이지요. 요즘은 학교-학원 외에 친구와 놀 공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요. 학원은 수단일 뿐 아이가 스스로 건강한 관계를 맺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래는 최근 아이에게 읽어줬던 책인데, 책을 매개로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래 추천도서도 참고해 보시고요.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읽고싶어하는 책 읽기.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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