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그림

존 러스킨의 드로잉

키다리 가로등 2024. 1.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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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책이 있죠. 경제 이야기이지만, 사랑과 정의로운 경제이야기 책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이 궁금해서 봤더니... 세상에.... 미술학 교수였네요..
그의 남다른 가치관을 한 번 살펴볼까요. ^^

서문만 읽었는데 감동 한 바가지.
 
p9 내가 이 세상 모든 예술에서 공히 발견한 단 하나의 원칙은 바로 위대한 예술은 정교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목표는 이러하다. 먼저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인내심을 가지고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섬세한 작업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일단 사물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을 그리는 데 거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그 어려움이라는 것이 꽤 큰 장애물일지라도 나는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는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그것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보다는 드로잉을 통해 어떻게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완성한 예술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표면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현대 수채화 기법으로 훈련받은 이는 결코 티치아노와 다빈치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티치아노와 다빈치의 연필 선과 사고의 정확성을 간파할 수 있는 눈이 없다
 
p15 원근법을 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액자에 유리를 끼운 다음 유리판을 우리의 눈과 대상물 사이에 세워두고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습을 유리판 위에 있는 그대로 그려보는 것이다. 이때 시선은 한 점에 고정하되 유리판 정중앙만은 피한다. 하지만 원근법의 기본 지식을 얻는 데 만족하고 원근법을 완벽하게 터득하기 위해 투자하진 말라. 
 
p16 이 책에서 인물 드로잉은 소개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단 한 번도 인물을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주요 주제로서 인물 드로잉이 아마추어를 훌륭한 목적지로 이끄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물은 자연 풍경의 장식물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연물을 그릴 때와 동일한 법칙을 적용하여 그려질 것이다. 
 
p17 내가 제안하는 모든 과정과 지침들을 제대로 따라온 학생이라면 드로잉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즉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드로잉 스승은 바로 문 밖의 나무와 언덕이라는 것도.
 
p33  비율을 연필로 재지 말고 오직 눈으로만 비례를 확인한다. 올바르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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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하늘을 그릴 때는 저녁 무렵이 좋다.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하늘의 모습을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한다. 물감 없이 물감의 표현력을 드러낸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데이션 한다. 선과 점을 반복해서 그리다 보면 지루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움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되새기자. 
 
p42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은 바로 '섬세함'이다. 거칠고 무성의한 예술은 나쁜 예술이다. 내 말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첫눈에는 거칠어 보이는 위대한 예술작품도 사실은 예술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관심과 배려가 숨어 있다는 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말뜻을 스스로 깨칠 것이다. 
 
형태를 그릴 때 어떤 부분이나 방향에서도 정확성을 기하며 완벽하게 드로잉을 해야 한다. 지우개를 사용하면 표현이 명료하지 않을뿐더러 지저분해진다. 연필을 제대로 다뤄주기만 한다면 찰필이나 손가락으로 문질러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p308 현대 사회의 소음 가득한 삶은 그 어떤 자연의 아름다움과도 공존할 수 없다. 당신이 기차를 타고 컴버랜드에 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호텔에 묵으면서 여행에 들뜬 이들과 어울려 언덕과 산을 여행한다면, 당신이 아무리 여행이나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길지라도 그림으로 그릴 만한 아름답고 적절한 풍경은 결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은 자연 풍경의 절제미와 세련미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한 감각을 심어준다
 
 

마무리

 

존 러스킨의 드로잉의  최고의 방법은 인내심.
예리한 관찰력, 예술작품 감상, 끊임없는 연습은 기본.
무성의한 그림처럼 보여도 그 안에 숨겨진 섬세함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예술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
이중섭의 황소 그림이 생각납니다. 그림 자체는 투박해 보이지만, 작가가 얼마나 황소를 좋아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황소 그림을 그려봤을지 상상이 됩니다. 섬세하고 예리함 속에서 단순함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요.

저는 초중고를 다니며 수업시간 말고는 그림을 즐겨 그리지도 않았어요. 단지 좋아만 할 뿐. 직장 다닐 때도 너무 바빠서 그림 그릴 여유는 1도 없었죠.
하지만 나이를 먹고 40 무렵 그냥 그려봤는데, 주위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잘 그린다고 놜리 ㅋㅋ

활동적인 사람보단 조용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왜냐면 활동적인 사람들이 활동할 때, 조용한 사람들은 그저 관찰하거든요. 그냥 보는 걸 즐기면 보는 안목이 달라진다고 할까요.
예리한 관찰력은 기본적인 기질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남이 그리는 것 또는 유튜브의 그림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 (그림을 직접 안 그려도) 실력이 좋아집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EBS에서 밥아저씨의 참~쉽죠? 하는 그림 그리는 방송을 했어요. 어린 시절 재밌게 봤었지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그림대회 가고 싶은 사람 손 들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날 학교 안 와도 된다며..!!) 저는 당연히 앗싸! 하는 마음으로 손 들고 반에서 혼자 학교를 안 가고 그림 그리러 갔어요. 그림은 배워본 적도 제대로 연습해 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저는 밥아저씨를 떠올리며 수채화 물감으로 툭툭툭 붓터치를 했어요. 세상에… 그것이 oo시에서 우수상을 받았지 뭐예요. 학교대표였어요. 학교에서 저 혼자 나가서 ㅋㅋ 상 받고 좀 놀랐고 부끄러웠어요. 제가 보기에 그리 잘 그리진 않았거든요. 대칭이 좀 안 맞아서요.

뇌과학자 박문호 교수님이 스케치가 두뇌발달에 좋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래 내용들이 기억나서 정리해 봤어요.
[스케치는 두뇌발달목적으로 빠르게 드로잉 하는 것, 즉 형상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어떤 개념을 파악할 때,
3차원의 입체형태를 구상해서 이해하기 시작하면 훨씬 속도가 빨라진다. 창의성은 멀리 있는 개념들을 연결하는 원격 영상이다. 
전체의 흐름을 알고 세부적인 내용을 학습해야 효율적인데, 그러려면 추상적인 개념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초등학생이 추상적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스케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 느낌이 오래갈 때가 있는데, 느낌은 모든 정보가 통합되는 고속도로이다. 통째로 오는 것이다. 이를 학습에 이용하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느낌이 풍부한 사람은 기억에 대한 연결이 빨라진다. 느낌의 일상화는 학습능력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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