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_2020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 밝히고자 한다. 또 다정함의 이면,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 잔인해지는 능력, 이 이중적 본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해 보자.
왜 호모사피엔스만?
호모 에렉투스는 탐험가이자 전사였고, 네안데르탈인은 육식을 주로 하는 기술 좋은 사냥꾼이었다. 호모사피엔스는 신기술로 사냥했고, 유목생활이 아닌 영구거주지 성격의 막사를 짓고 모여 살았다. 호모사피엔스들 사이에서 문화와 기술이 갑자기 훨신 강력하고 우월하게 도약했다. 어떻게? 왜?
심리학자들이 우리 종 고유의 능력이라고 믿어온 '사회적 기술'을 개는 어떻게 갖게 되었을까? 개가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인지능력 진화를 유발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한 뒤, 자연선택이 여러 유전형질에 작용하는 방식을 인위적 선택으로 증명하기 위해 <가축화에 따른 식물과 동물의 변종들>을 썼다.
자기가축화 (self-domestication)
가축화는 흔히 신체특징으로 정의 한다. (늑대→개 처럼)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가축화를 위해, 다른 사람이 주는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고, 사육상태에서 출산 빈도가 높고, 성장이 빠르고, 번식이 쉽고, 재배 서열에 순응적이고, 울타리 안에서나 천적과 맞닥뜨렸을 때 침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드미트리 벨랴예프(유전학자)의 실험에서, 사람에게 친화적인 여우개체군에서 처음 나타난 변화중 하나는 털색이었다. 그래서 스무 세대가 지난 후 친화력 좋은 여우는 식별하기가 쉬웠다. (인간의 백피증도 같은 맥락) 그 후 펄럭이는 귀, 동그랗게 말린 꼬리, 짧은 주둥이, 작은 이빨, 비슷한 수컷과 암컷의 두개골은 가축화된 동물의 초기 변화들이었다. 그리고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특징이 점점 더 보편적인 형질로 바뀌어 갔다.
여우 실험결과,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이 강아지보다 한수 위였다. 이 실험에서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이 가축화의 산물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신경능선세포는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 크기가 작아지면 생식주기를 조절하는 시상하부 뇌하숯 부신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기능이 제한되면 2차 성징을 앞당길 수 있으며 생식주기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인지능력의 변화는 어떻게?
침패지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몸짓이 사회성과 여하한 상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개와 사람은 협력적 의사소통에 능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침팬지는 그렇지 않았다.
두려움이 친화력으로 대체될 때 우발적으로 발생한 또 다른 능력이 바로 인지기능의 변화였다. (진화는 목적 없는 과정이다)
가축화는 인간이 만든 것일까?
가축화를 위해서 사람에게 더 쓸모있는 동물을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번식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철저하게 인간중심적인 과정에서 말이다. 하지만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을까?
친화력 높은 늑대들은 스스로 가축화했다(사람의 개입 없이). 친화력이 주는 이익이 강력한 선택압이 된 것이다 (늑대들이 정착해 사는 인구집단이 버리는 쓰레기와 용변을 뒤지면서).
벨랴예프의 연구는 (도시화처럼) 개체의 밀도가 높아지면, 개체들 사이에서 대규모의 자기 가축화라는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보았다.
어떤 종 안에서는 관용과 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 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보노보의 자기 가축화)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훨씬 더 큰 포용력을 지닌 종이다. (세로토닌 농도↑) 협력이 필수인 곳에서는 관용이 지식을 앞선다.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_생후 4개월 때 보여준 감정반응 테스트 후 (격한 울음 or 온화한 반응) 수십 년 추적 관찰을 했다. 어릴 적 감정반응의 특성과 강도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반응을 말해준다고 결론 내렸다.
심리학자 헨리 웰먼 _ 감정반응이 격한 어린이보다 감정반응의 강도가 더 낮은 수줍음 많은 어린이일수록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할 수도 있었고, 언어발달도 빠르고, 마음이론이 풍부하게 발달했다.
각기 다른 월령의 강아지를 테스트해 보니, 사람의 손짓 몸짓을 읽어내는 능력은 가장 어릴 때 나타나는 사회적 기술의 하나로 보였다.
→ 인간이 동물의 가축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친화력 높은 개체군은 진화적으로 살아남은 것.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
인간의 자기 가축화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잠재의식 속에서 '남성적'얼굴을 가진 남자에 대해 불성실하거나 비협조적이고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않으며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할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연구가 있다.
인간의 하얀 공막(눈의 흰자)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협력을 증진하는 데 두루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대뇌피질의 신경세포의 밀도가 가장 높은 종이다. 그렇게 자제능력이 강화되면서 인지능력이 발달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다른 사람 종 사이에 중요한 한 가지 다른 점은 우리 종이 5만여 년 전 사회연결망의 급속한 확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사회적 유대가 유일한 보험이었다.
중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우리 종에게서만 집중적인 '친화력'선택이 진행된 것이다. 친화력은 여러 집단의 혁신가들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기술혁명을 추동했다.
인간의 양면성_친화력의 부산물
개와 보노보는 자기가축화를 통해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두 종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을 발달시켰다. 이는 옥시토신 시스템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옥시토신(엄마 곰 호르몬)은 엄마가 아기를 분만할 때 흘러넘치지만, 누군가 자기 아기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솟구치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잔인성의 세 가지 중심 요인을 편견, 순응 욕구,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 보았다. 하지만 밴두라의 (전기충격을 사용하는) 비인간화 실험에서는, 인간의 잔인성의 중심요소가 대상을 "비인간화(유인원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백인보다 흑인을 유인원에 가깝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사형제도에(비인간화) 더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타인 혹은 타 집단을 비인간화하는 이 경향은 정치성향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권력자는 어떤 형태의 정부로도 비인간화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을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고 만드는 것뿐이다.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아주 쉬운 일이다.
자신들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집단은 역으로 다른 집단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게 된다. 흑인들도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집단에 대해서 인간 이하로 여기는 보복성 비인간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이런 선호도는 아기 때부터 나타난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소셜미디어로 발달로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우생학?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키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만 봐도 거의 700개에 달한다. 행동에는 수천 개의 관련유전자가 상호작용하기에, 의도적으로 개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집단갈등의 해결책_접촉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데 이상적인 공간이다. 군대는 인종 간 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바람직한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배타적인 사람들이 접촉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자기 가축화 가설의 우리가 왜 접촉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 준다. 가장 강력한 접촉의 형태는 진심 어린 우정이며, 우정에서 생성되는 관용은 전염되는 듯하다.
우리는 도시 서식종이다. 도시는 교류와 접촉을 증진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노출이 관용을 창조한다."
마무리
책을 읽으면서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 여우가 생각났어요.
이 책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친화력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를 보여줍니다.
동물들이 인간에게 길들여진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사실.
그렇게 자연선택으로 진화되었다는 사실.
똑똑함보다 관용이 생존 진화에 유리했다는 사실.
호모사피엔스에 대한 대부분의 과학책에서는,
직립보행, 자유로워진 손, 두 발로 달리기, 불의 사용, 인지혁명 등을 거론하는데, “친화력” 관점에서 연구한 이 책은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친밀함의 부산물로 생겨난 잔인함을 억제하기 위한 해결책 _접촉_을 말합니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외국어를 배우면서 일본인, 흑인, 백인, 중국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을 접해서 그들에게 어느 정도 친밀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이는 아픈 역사를 이유로, “일본인의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우린 스마트한 세상을 화면으로 볼 게 아니라, 같이 부대껴 살면서 친밀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서로를 인간으로 느끼게 말이지요. 학창 시절 교환학생, 유학 등의 경험이, 다름에서 같음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줄 것 같네요.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찬란한 멸종]_2024 이정모 저_ 에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항상 작은 사회만 구성했다. 그리고 수명이 30~35세에 불과하다. 호모사피엔스는 10살쯤 어금니가 나오는데, 네안데르탈인은 여섯 살에 벌써 어금니가 나온다. 유년기가 크로마뇽인(프랑스 남서부 크로마뇽 지역의 호모 사피엔스) 보다 4년이나 짧다. 사춘기도 빠르다. 유년기가 짧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인간의 경제학]_2010 초판, 2017 전면개정판 이준구_ 에 소개된 The Economist 2005.4.9일자 글에서는 인류의 승리를 교환활동으로 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교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당시의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상대적 우위는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모형을 만들어 보았다. 교환과 분업의 여부와 먹을 수 있는 고기 양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인류가 더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에게 돌아갈 고기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영양부족, 출산률 저하로 네안데르탈인은 도태된디는 결론이다]
변화하는 미래의 핵심전략_커뮤니티 리더십 - https://naturalmedicine.tistory.com/m/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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