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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돈하는, 인생 탐구

수천 개의 삶 중 내가 선택한 단 하나의 삶_김영하

by 키다리 가로등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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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_2025 김영하
 
책 속에서 마음에 남은 구절들을 중심으로,
제가 평소 아이에게 들려준 말들과 함께
기록해 둡니다. 

목차박스
1.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
2. 고통은 없애야 할 대상일까?
3. 조금씩 앓는 소리를 하며
4. 자랑과 배려사이
5. 단 하나의 삶, 그 안에 수천 개의 내가

 

1.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

 
p102 그러나 돌아보면,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일, 풍기는 냄새, 보이는 모습은 타인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 가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봅니다.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나"인 것 같아요. 거울로 보는 나 역시 거울의 나를 보기에, 뒷모습이나 옆모습처럼 나 스스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나의 다른 면들을 많이 보죠. 그러니 본인을 알고 싶다면, 주위사람에게 물어보세요. 나의 말투, 표정, 분위기,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타인의 눈을 통해서야 제대로 알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 딸아이는 벌레를 너~무 싫어해. 초파리만 봐도 난리난리야~
친오빠 : 너 닮았나보다....오도방정떠는게..

(전 사십이 넘도록 제가 이런줄 몰랐어요. 한편으론 오도방정떠는 동생을 잘 참고 대해준 오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2. 고통은 없애야 할 대상일까?

 
p114 "오늘날의 미국인들은 아마도 고통 없는 삶을 일종의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처럼 생각하는 지구상 첫 번째 세대에 속할 것이다. 고통은 스캔들이다."_ 미국의 통증 전문가 데이비드 B. 모리스
 
→ 고통을 뿌리째 파내어 없애는 것이 정답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고통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그저 감수하며, 덤덤히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 같아서, 왠지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그래 아플 수도 있지. 힘들 수도 있지." 

어릴 적엔 아프면 빨리 낫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아픔을 지켜보는 일도 배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모든 고통은 없애야 한다는 강박이, 때로는 또 다른 고통을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통은 때로 우리를 철학가의 삶으로 안내합니다.
 

3. 조금씩 앓는 소리를 하며

 
p120 어쩌면 우리는 모임을 떠난 사람들이 불행하기를 내심 바라는 지도 모른다. 떠난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애써 불행을 연기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 그러게요. 누군가 용기 있게 떠났다는 이유로, 우리는 괜히 걱정이 앞섭니다. "잘 지내려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너무 잘 지내고 있을까 봐 더 신경 쓰이는 건 아닌가요?ㅎㅎ 떠난 이들은 그 자유를 미안해하듯 애써 불행한 척 연기하고, 남은 우리는 그 연기에 또 위안을 받는.
솔직히 말해서 타인의 성공을 100% 기뻐만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요. 말 못 할 시기 질투는 늘 존재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떠난 사람이 "나도 힘들어~"라며 앓는 소리를 해주어야 남아있는 사람들은 안심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조금씩 가짜 고백을 나누는 어찌 보면 따뜻한 배려의 세계라 생각해요. 거짓이 아닌 사랑의 표현일지도요. 우리 각자의 인생 안에는 모두 조금의 실패와 어려움이 섞여있잖아요. 그럴 때 우리는 상대의 자유를 질투하면서도 이해하고, 서로의 연약함을 나누며 묘한 연대를 이어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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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랑과 배려 사이

 
p126 중학교 때 친구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LP를 들고 있었다. 형이 생일 선물로 사주었다는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일단 형이 있어야 하고, 형이 사이먼 앤드 가펑클을 알아야 하고, 동생에게 그 음반을 사주면 동생이 기뻐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하고, 평소 가족끼리 저런 것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집에 그 음반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그중 단 한 가지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참 부러웠다. (이 부분 재밌었어요 ^^)
 
→ 초등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랑을 많이 합니다. 위의 글에서의 아이도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요. 내 기쁨이 누군가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자랑은 기쁨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시기·질투가 쌓이게 마련이야. 자칫 관계의 균열을 만들기도 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해.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과시하는 순간 공격의 표적이 된다며,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이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다는 것을 애써 보여야 한다"라고 했어. 잘난 체는 미움의 대상이지."
 

4. 단 하나의 삶, 그 안에 수천 개의 내가

 
p187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
 
→ 어릴 땐 모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삶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하나의 사람'이 되어가지요. 수천 개의 삶 중, 이 삶을 택했다는 것은 '나머지 삶들을 포기한 나'에 대한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보다 더 멋지게 살아 보자고요. ^^

니체의 말처럼, ‘과거’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멋진 삶을 산다면 과거는 지금을 위한 필연의 과정으로 멋지게 채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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