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간 인생 탐구

똑똑한 초파리, 그리고 유전학의 변천사

키다리 가로등 2024. 9. 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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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집안에 초파리가 하나 둘 보인다. 
하수구 입구를 막아놨더니, 초파리 수가 작년에 비해 급격히 줄긴 했다. 
 
주방에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두고, 다음 날 아침에 비닐봉지 입구를 봉쇄했더니 열 댓마리의 초파리가 잡혔다. 
'이거 초파리 덫으로 효과가 좋은데??'
라고 생각하고 다음날도 똑같이 잡힐 줄 알았던 초파리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초파리 엄청 똑똑한데??'
한 번 걸린 덫에는 다시 오지 않는다. 습득력이 아주 뛰어나고 빠른 것 같다. 
 
아침 5~6시 사이 일어나서 주방에 가면 초파리가 없다. 초파리가 아직 안 일어났나 보다. 한 시간 후쯤 초파리가 한 마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초파리에 관한 궁금증이 생겼다. 초파리 얘네 도대체 뭐지??
 
초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빌린 책 2권.


초파리_2001 마틴 브룩스 (국내 초판 2013, 개정판 2022)
플라이룸_2018 김우재
 
[플라이룸]은 기초과학과 관련된 사회현실과 실험실 현장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아... 기초과학연구원이 편한 직업이 아니구나...'라는 일깨움을 준 책이기도 하다. 어디에 미쳐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 같기도 하다. 기초과학자, 연구원이란 직업은, 외딴섬 허름한 오두막에서 몇 년 동안 즐겁게 동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다면 추천한다. 
 
난 초파리의 행동에 관심이 갔기 때문에 [초파리]를 먼저 읽어보았다. 마틴 브룩스는 미국식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 표현했는데, 나랑은 맞지 않았다는....ㅎㅎ
 
역시 내가 겪은 대로 초파리도 인간처럼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간다고 한다. (생체리듬은 빛이 결정)
 
초파리의 게놈(유전체)이 해독되었다. 이는 다른 생물들의 발생과정을 보여주는 유익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초파리의 뛰어난 지적능력
초파리를 훈련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냄새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초파리의 기억은 사람의 기억과 놀랍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훈련을 한 차례 하면 짧게 기억하고, 10차례 반복하면 7일이 지나도 기억해 냈다. 
 
점핑유전자(=이동성 유전 인자, 유전자 기생충) 중 'P인자'의 발견으로, 학습으로 얻은 경험을 유전자가 어떻게 기억에 새기는지 흥미로운 그림을 보여주었다. 
학습 장애가 있는 초파리리의 유전자 스위치를 하나 켜주니 초파리의 학습능력이 회복되었다. CREB유전자(장기기억 스위치)를 다시 키면 마술처럼 초파리의 장기기억 능력이 회복되었다. 여분의 CREB유전자를 넣어주자 '사진적 기억력'을 가진 초파리가 태어났다. 이 초파리는 단 한 번의 훈련으로 장기기억을 해냈다. 
 
초파리 정액 속 독성단백질
교미를 많이 하는 암컷은 수명이 짧았다. 정액단백질은 독성이 있고, 암컷의 호르몬을 모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암컷을 조종하고 성적 충동을 억제하고 산란을 촉진시킨다. 아비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의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유전공학 기술로 수컷이 정액단백질을 대량생산하면 해충방제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명연장
실험실 초파리가 50~60일 정도 사는데, 돌연변이 초파리는(므두셀라 초파리) 100일이 지나도 건강했다. 광범위한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저항력을 가져 열, 굶주림, 제초제에 잘 견뎠다. 그런데 진화과정에서 왜 므두셀라 돌연변이가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아마 생존경쟁에서 유리하지 않았을지도)
 
초파리는 생식 시기를 지연시키면, (금욕생활) 수명 연장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인간에서 수도승이나 수녀가 오래 산다는 증거는 없다)
 
초파리는 주변온도가 높을수록, 대사속도가 빠를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20 ºC →54일, 25 ºC →39일, 30 ºC → 21일) 열은 자유라디칼 생성을 촉진시켜 세포를 손상시킨다. 하지만 고온에서 활성화되는 '열충격 단백질'은 열 때문에 손상된 분자들을 수리 및 교체해 준다. 그래서 열충격 단백질을 더 많이 가진 초파리는 더위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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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의 역사
* 라마르크 진화론 : 환경적 스트레스에 따른 획득형질 유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진화한다고 주장(용불용설). but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ex) 기린이 처음에 목이 짧았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 멘델의 유전법칙 : (완두콩실험) 우성과 열성, 혈액형 유전. 모건은 멘델이론에 부정적이었지만, 모건의 흰색눈을 가진 초파리 실험으로 멘델이론이 입증되었다. 유전자가 X염색체레 실려 전달된다면, X염색체를 한 개만 가진 수컷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흰색눈초파리는 대부분 수컷이었다. 

* 다윈의 진화론 : 생물은 환경이 부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는다. 그 결과 개체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난다. 경쟁자들 중에 부적응자를 도태시키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는 잘 번식한다. (자연선택설) 생존경쟁에 조금이라도 이득을 주는 유전자는 개체군 내에서 더 널리 퍼진다. ex) 목이 긴 기린만 살아남음

* 로마네스 (다윈의 조수이자 친구) : 자연선택이 되더라도, 생식적 격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그 형질은 다시 집단속으로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생식적 격리가 우연이 먼저 일어나고, 그 격리에 의해 나타난 형질 중에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가…강력히 비판받았다. 

 
모건은 처음에 멘델로 다윈도 비판했었다. 오히려 라마르크 진화론(획득형질 유전)에 관심이 있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점진적 진화가 아닌 거대한 진화적 도약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도브잔스키는 야외활동형(박물학자) 다윈과, 은둔형(실험생물학자) 모건의 중간형 생물학자이다.
개체군은 서식지에 따라 유전자 차이가 발생했고, 작은 유전적 차이가 축적되면 결국 짝짓기가 불가능해진다(생식적 격리) 이는 다윈의 자연선택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 
 
서로 다른 초파리종 사이에서 잡종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대부분 초파리는 이종 간 짝짓기를 거부한다. 짝짓기를 해도 잡종인 자식은 아예 생기지 않거나 죽거나 기형, 불임으로 태어난다. 요컨대, 초파리 연구결과 종을 구분하는 기준은 생김새가 아니라 유전적 불일치라는 생각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도브잔스키는 이러한 유전자 불일치가 종과 종의 분화를 정의하는 기준이라고 보았다. 종 분화는 분지 하는(갈라져 나가는) 두 개체군이 서로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유전자 교환이 중단되고, 각자 유전적으로 독립하는 단계로 보았다. 
 
+ 후생 유전학 : 하단에 첨부한 유튜브를 참조하면 흥미롭다.
 
돌연변이 연구
돌연변이는 모든 유전학 연구에서 항상 돌파구 역할을 했다. 정상 상태에서 어떤 유전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내려면 돌연변이의 증상을 이용해 알아낼 수 있다. 초파리 연구 초기에는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법을 몰랐지만, 1926년 멀러가 X선이 돌연변이 발생비율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46년 노벨상)

(+ 방사선은 염색체 역위현상을 일으키고, 다중 역위가 일어난 염색체는 정상염색체와 재조합하지 못하여 치명적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X선실험이 위험하여 중단하고, 초파리 먹이에 화학적 돌연변이원을 넣는 방법으로 대체했지만, 방사능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대중의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멀러가 즉각적인 돌연변이 시대를 열었고, 초파리의 삶은 아주 비참해졌다. (*멀러-사회주의 우생학 지지)

플라이룸 _김우재


 
 

마무리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에서 라마르크 진화론에 대해 본 적이 있어요. 재밌어요. ^^ 아래 참고해 보세요.
 
추천] 개미 회고록 _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tistory.com)

추천] 개미 회고록 _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2023 베르나르 베르베르 p75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줘, 멍청이들이 싫어하거나 화를 내도 신경쓸 것 없어. 쥐의 위계질서 p174 케이지에 쥐 여섯마리를

naturalmedicine.tistory.com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_2021 베르나르 베르베르_에서도 라마르크 진화론이 나옵니다.

또 하나 더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는데,
플라나리아-몸의 기억“과 지금은 유사과학이라고 알려진 “백번째 원숭이 이론-의식의 변화” 입니다. 이것도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 지네요.

플라나리아라는 벌레는 뇌를 잘라내도 기억을 합니다. 몸 어딘가에 기억을 심어놓았다는 것인데, 뇌가 아니라면….유전자가 기억을 하는 것일까. 유기체가 기억을 하는 것일까. 전 유기체에 한 표 던집니다. 
 
초파리 실험에서도 뇌를 떼어낸 초파리가 특정 과제를 더 잘 배운다는 것을 발견 한 적이 있었지요. 1970년대에 처음 실시된 이 실험은 머리가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뇌 바깥에 있는 신경에서도 학습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초파리] 책에서도 나왔습니다. 

후성유전학을 유튜브에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후성유전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 스위치를 키고 끄는 메틸화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아래 노블교수와 리처드 도킨스의 대담이 아주 흥미롭네요. 언뜻 논쟁인 듯 보이지만, 둘이 한 팀같이 보입니다. 대본이 다 있는듯...
https://youtu.be/eNmzWRwJ-SI?si=AqofF8676ByHLQ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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