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육아 및 교육

디베이터, 토론하는 사람들

키다리 가로등 2023. 6. 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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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에 꽂혀있길래 호기심에 읽어봤어요.
엘리트들은 토론대회를 열어서 승패싸움도 하는구나...하며 신기하게 읽었습니다.
계층, 정보에 따라 교육접근성이 정말 하늘과 땅차이로 차이가 나네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저자의 삶이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집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설립목적이 청교도 목사배출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되었네요.

디베이터

-2023 서보현


초2때 호주로 이민을 간 저자는, 영어가 서툴러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기에 갈등을 회피하고 침묵하며 살다가, 초5때 학교 토론팀에 가입하게 되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토론장에서는 상대가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고, 폭력적인 태도도 없었으며, 가장 안전하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평화를 위해 (갈등이 싫어서) 맞장구 치는 삶은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요.
 
저자의 어린시절, 토론을 하게 된 동기, 토론으로 이어져 온 삶이 자세히 그려져 있어서, 주인공의 성장모습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습니다.
주인공의 어린시절이 참 귀엽더군요. 마치 외계인이 지구인을 관찰하는 느낌이랄까요? 책 곳곳에 그런 느낌을 종종 받았습니다. ^^ 내향인 외계인이 지구사회를 구석구석 공부해가며 지구에 적응해가고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과 그 흔적들이 책에 묻어나왔어요. 
 

Debate 토론

말로 다투는 일종의 스포츠이자 강력한 교육의 도구로, 오랫동안 엘리트 교육의 주축이 되어 왔습니다. (저자도 엘리트 교육을 받은 하버드 졸업생) 그러니 저같은 사람은 잘 몰랐겠지요 ^^ "디베이터"라는 용어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우리가 알고있는 넬슨만델라, 데일카네기 또한 디베이터 였다고 하네요.
 
이 토론대회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무작위로 찬성 or 반대를 부여받아 토론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토론자들이 어느 라운드에서는 자유지상주의를 주장했다가 또 다른 라운드에서는 민주 사회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토론자들이 열심히 토론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토론 대회는 찬/반 견해를 뒤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본래의 생각이 강화되는 이 흐름을 깬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각들을 재고해 볼 계기를 마련한다]
 
[패배했다고 틀린 의견이 아니고, 이겼다고 반드시 옳은 의견도 아니다. 토론대회에서는 '어느 쪽에 더 설득됐는가?'라는 하나의 기준을 두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토론대회가 어떻게보면 진실과는 관련이 없이,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목적만 있기도하며, 반복적인 토론대결 게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과정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자와 방어자의 모든 역할을 함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교육의 도구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토론을 하려면 국내외 정치, 역사, 과학, 문화, 사회문제 등 모든 분야의 방대한 정도를 다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실을 타인들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나 기법 또한 그만큼 중요하기에, 변론의 기술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주장이 아무리 진실이라해도 대중이 그 중요성에 감응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진실이라해도 사람들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그 진실은 아무 소용이 없어지겠지요.
 
[타인을 설득하려면 무지, 비논리와도 싸워야 하지만, 무심함, 냉소주의, 이기심, 허영심과도 싸워야 한다. 주장이 옳다해도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수긍한다해도 마음이나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다.]
 
[쇼펜하우어 - 설령 진실을 말하는 쪽이라 해도, 그 진실을 방어하고 지키기위해서는 논쟁술이 필요하다]

[일리아스 - 신들이 도시와 인간을 절멸시키는 데는 불도 유황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약간의 불화만 있으면 되었다]
 
AI, 인공지능 시스템 IBM의 '프로젝트 디베이터'
초인적인 증거수집능력, 풍부한 지식은 인간이 따라가긴 힘들다. 하지만 공감과 경청의 능력,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능력은 인간이 우수하다. 바둑이나 체스는 상대를 초월하고자 하는 반면 토론자는 상대를 이끌고 가야한다. 본질적으로 인간이 핵심이다. 
 
p226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스스로와 멀찍이 떨어져 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말을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스스로를 바라보는 능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저자는 지구여행을 하며 별걸 다 터득했네요. 역시 똑똑한 사람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말하는 것을 바라보며 얘기를 하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지요. 

마지막으로,
토론의 기술이 더이상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잘 내려앉길 바랍니다.
토론은 단순히 지식뿐만 아니라, 넓은 사회 전체의 이해,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까지 배울 수 있는 도구 같아요.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능력은 우리 삶 곳곳에 필요하지요.
“우리는 한 번에 한 문장씩, 좋은 대화를 이어갈 뿐이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독백이 아닌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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